그래도 대한민국을 사랑하자 > 방명록

본문 바로가기


회원로그인

방명록

그래도 대한민국을 사랑하자

페이지 정보

작성자 차용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14-05-01 08:49 조회13,083회 댓글0건

본문

미투데이공감페이스북트위터구글
2014042501033737191003_b.jpg
신달자/시인



세상이란, 삶이란 절대로 혼자 살아가는 게 아닙니다. 더불어가 아니면 세상이 아니고 삶도 아닙니다. 결국 우리는 더불어 함께 나빠지거나 좋아지는 것 아닙니까. 그런데 왜, 왜 우리들은 우리가 원하는 쪽으로 가지 않는지요. 왜 더불어 가는 삶이 저 강 건너 불빛처럼 보이는가요. 이번 ‘세월호’ 사고를 보면서 우리는 어쩌자고 이미 버렸다고 자부한 찌그러지고 음흉한 얼굴을 불쑥 내미는지 모르겠습니다.

그 지독한 이기심으로 이제 막 꽃 피어나는 연둣빛 아이들을 물속에 잠기게 한 게 아닌가 하는 자책은 오히려 필요가 없어졌습니다. 실로 나는 거울 보기가 무섭습니다. 그 선장의, 그 선원들의 무책임하고 뻔뻔한 얼굴이 내 얼굴의 어느 한 부분에 달라붙어 있을 것 같아 차마 내 얼굴을 바라보기가 힘들다는 이야기입니다.

생명이란 그 대가를 치르는 일입니다. 우리가 다 부모님의 부름을 받아 이 세상에 생명으로 태어날 때는 거저 태어나는 게 아닙니다. 우리들의 생명은 대가를 치러야 합니다. 나의 생명은 공짜가 아닙니다. 남들을 배려하고 아파하고 희생하는 그런 아름다움을 우리 현실에서, 그것도 가장 어려운 여건에서 그 생명의 빛을 다할 때 생명의 대가를 치르는 것이지요. 그럼에도 울고 있는 부모님들을 향해 거짓 손을 내밀어 분통을 터트리게 하고 이 순간에 사기를 쳐 이익을 보겠다는 사람은 욕 한 번하고 그냥 넘어가더라도 그 선장이란 사람은 국민 모두가 결코 용서할 수 없는, 300명의 생명을 앗아간 살인범이나 마찬가지입니다.

아닙니다, 300명이 아닙니다. 그들의 부모도 이미 몇 천 번을 죽었습니다. 우리는 알고 있지 않은가요? 다른 나라에서는 그런 사고가 났을 때 모든 사람을 다 안전하게 내보내고 마지막으로 지친 모습으로 걸어 나오는 선장의 이야기를 들은 바 있습니다. 너무 부끄러워서, 대한민국 사람이란 것이 너무 창피해서 얼굴을 가리고 싶은 심정입니다.

그러나 그럼에도 자식을 잃은 사람들이여, 부모를 잃은 사람들이여, 이제부터 대한민국을 더 미워하지 맙시다. 결국 우리는 더 조국을 사랑하여 이 따위 사고를 일으키지 않게 우리가 눈 똑바로 뜨고 세상을 살펴야 하지 않겠는지요.

땅을 치며 울어도 풀리지 않는 자식 잃은 슬픔을 슬픔답게 하기 위해서라도 조금 더 너그럽게 우리들의 조국 대한민국을 사랑해야 한다고 꾹꾹 마음을 다지자구요. 지치고 지친 어머니들이여, 아버지들이여! 어쩌겠습니까. 통곡에서 이제 조금은 벗어나서 돌아간 우리들의 자식들을 위해 세상을, 인간을 바로잡아야 하지 않겠는지요.

네 네, 잘 압니다. 그 마음속 울부짖음으로 슬픔을 다 녹여낼 수 없다는 것을요. 압니다, 알아요. 그러니 돌아간 그 자식을 위해서라도 이렇게 울고만 있으면 안 될 것입니다. 몸과 마음을 추스르고 따뜻한 국물이라도 드셔야 합니다. 힘을 내십시오. 뻔뻔하게 밥을 드시고 눈물을 닦아야 합니다. 돌아간 자식들의 생을 이어가셔야 하지 않겠습니까. 그것이 저 물속에 잠겼던 아이들의 따뜻한 소망일 것입니다. 생명의 대가를 치르지 못하는 파렴치한 인간들을 지켜봐야 하지 않겠는지요.

그럼요, 잘 압니다. 지금은 통곡하십시오. 그리고 네 네, 저라도 혹은 옆집의 누구라도 잡고 큰소리로 울며불며 그 애타는 가슴의 슬픔을 풀어내십시오. 말로 하십시오. 결코 침묵하지 마세요. 어머니 아버지들의 가슴이 터져 저 바다를 메우듯 잘해준 이야기, 그리운 이야기, 사랑한다는 이야기, 그 손을 그 머리를 그 등을 만져보고 싶어 가슴이 찢어질 것 같다는 아쉬운 이야기, 보고 싶어 죽겠다는 이야기를 털어내 보십시오.

우리들도 통곡합니다. 우리들도 가슴이 내려앉는 것 같습니다. 아니, 모두 내려앉아 버린 상태입니다. 네 네, 결코 침묵하지 마십시오. 그렇습니다. 그 아이들이 멀리 가지는 않았을 것입니다. 마음에 있으면 함께 있을 것입니다. 그러니 우리가 이제 모든 슬픔을 가다듬고 새로운 시작을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. 가버린 아이들의 동생·언니 모든 다른 가족은 이 세상을 살아내야 하지 않습니까.
 

네 네, 그렇습니다. 힘을 내십시오. 물 한 모금 밥 한 술을 입으로 가져가세요. 그래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우리들의 조국 대한민국을 미워하거나 이따위라고 말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. 우리의 조국 대한민국을 버리지 맙시다. 그래도 사랑하고 아껴서 저 물속에 잠겼던 우리 아이들의 혼을 위로하기 위해서라도 반듯한 조국을 만들어 가야 하지 않겠습니까. 손사래를 치지 마세요. 이젠 정나미가 떨어져 이 조국을 떠나고 싶다고 말하지 마십시오.

우리는 서로 손잡아야 합니다. 마음을 다져야 합니다. 그래서 파렴치한 가짜들을 세상에서 몰아내야 하지 않겠습니까. 그럼에도 대한민국에 힘을 실어야 하지 않겠습니까.

댓글목록

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.


copyright © 2017 http://1438.ipdisk.co.kr All rights reserved.
모바일 버전으로 보기